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제작진과 배우 개인을 겨냥한 공격으로 번지면서, 정당한 비평의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영화계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영화인연대는 5일 성명을 내고 최근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제작과 연출, 촬영, 미술, 시나리오, 배급, 상영, 영화제, 교육, 노동 등 영화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19개 단체가 참여했다.
영화인연대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것은 작품을 둘러싼 논쟁이 영화에 참여한 개인의 일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은 주연 배우 유해진의 서울 성북구 자택 앞에서 제작사와 배우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출연 배우를 비롯해 영화에 추천사를 쓴 배우와 평론가 등을 향한 인신공격과 악성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인연대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에 대한 해석과 토론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견이 있다면 비평과 토론으로 풀어가면 될 일이지, "그 과정이 개인의 주거지나 신상정보 등 사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거나 안전과 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연대는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라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4일 "한 편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 사람의 다음 창작까지 꺾으려는 공격으로 번져 가고 있다"며 비판이 창작자의 삶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역시 지난 2일 영화는 결국 "창작자의 상상과 해석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라며 제작진을 향한 공격 자제를 당부했고, 한국제작자협회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도 같은 우려를 전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암살자(들)’은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과 상영 금지·수익 환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허 감독과 출연진은 안전을 이유로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영화인연대는 시민들에게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동료 영화인들을 향해서도 함께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