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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건강한 지역사회’의 가치
  • 정태기
  • 등록 2023-03-02 17: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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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주거경제신문=정태기 ]

건강은 개인의 몫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고, 병원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이들도 존재한다. 또는 일상의 문제로 건강을 스스로 챙기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이 같은 이들을 포함해 지역사회의 건강을 돌보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주목받는 조합이다. 부천시민의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건강사업을 펼치며 청소년부터 어르신들, 외국인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의 가치와 보람을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개를 간단히 해주신다면.

“저희 조합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함께하는 건강한 삶’을 모토로 의료기관 ‘부천시민의원’을 운영하고, 이웃이 서로를 돌보는 통합돌봄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 증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100명 발기인 모임을 시작으로 출발해 현재 166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 부천시민의원은 이제 부천에서 손꼽히는 의료기관이 된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어떻게 이뤄내셨나요.

“지금 의원이 있는 장소가 예전부터 가장 빈곤한 지역이었어요. 취약계층이나 병원에 가는 시간도 내기 어려운 시장 상인분들 등 의료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저희가 여기 자리를 잡은 거죠. 처음에 병원을 여기에 세운다고 했을 때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습니다.그렇지만 저희는 지역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건강 공동체’를 이루면서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목표거든요. 그런 생각에 동참해주셔서 순천향대병원 교수로 계셨던 조규석 박사님이 원장님으로 2년 전에 와 주셨고, 박사님이 헌신해주시면서 환자분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죠.”


- 조 박사님을 비롯해서 의료진들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높은 것 같습니다.

“조규석 박사님께서 워낙 능력 있는 의사라는 점이 가장 크겠죠. 환자분이 간단한 증상인 줄 알고 오셨는데 조 박사님이 촉진을 해보시고는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암을 조기에 발견했다거나 하는 사례도 몇 건이나 있었어요. 이런 신뢰가 상당히 높죠.환자가 점점 많아져서 의사 선생님 한 분을 새로 모셔서 2인 의료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2월에 또 한 분이 오시기로 했어요. 새로 오시는 분은 요양등급 1~4등급 받으신 어르신 중에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방문 진료를 전담으로 나가시게 될 겁니다.”


- 협동조합으로서 타 의료기관과 특별히 다른 부분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특별한 점일 것 같아요. 저희 의원에 오시면 저렴한 부분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대상포진 예방 주사의 경우 다른 곳에서 10~15만원이면 저희는 더 싼 가격에 접종을 해드려요.또 우리가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는 나라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니까 굉장히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저희는 외국인 관련 기관들과 협약을 맺어서 그분들이 진료비 5000원만 내면 진료를 해드리고 있어요. 또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해서 병원 앞 약국에서는 약값을 30% 할인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또 요즘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도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건강 교육을 하고 부모들도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도 해서 아이들에게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저희가 하고 있어요. 예방의학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 이 같은 의료기관을 만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실은 저희 의원이 처음에 만들었다가 한 번 운영을 중단한 적이 있어요. 의사 선생님을 모셨는데, 그분이 능력이 없었던 건 아니고 조합의 의미를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까 갈등이 생겨서 병원이 문을 닫았었죠. 1년 이상 문을 닫았다가 다시 문을 열면서 그때 제가 이사장으로 왔거든요.아무래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보니 5만 원씩인 조합원 출자금만으로 의원을 만들 수는 없어요. 대신 뜻 있는 분들이 많은 금액을 출자해주시곤 합니다. 봉사로 나서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 분들의 힘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단순히 병을 고치는 의원이 아니라 마음을 만져주는 곳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저희는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한 곳이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마음이 병 치료라는 부분도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조규석 박사님이 진료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씀하시면서 제게 환자들 상담을 요청하셨어요.제가 원래 상담심리학을 공부해서 상담을 했었거든요. 전에 공직에 있을 땐 상담을 많이 했는데, 제게 ‘환자들 상담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격주로 토요일 오전에 10시부터 12시까지 두 분씩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요청 받은 환자들은 3회기 상담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조금 더 연장을 하며 진행하고 있어요. 상담은 무료로 진행됩니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이 더 커져가기를


- 이사장님께선 어떻게 이사장 역할을 맡게 되셨나요?

“처음 조합이 시작될 때, 저는 그냥 5만 원 출자금을 낸 조합원이었어요.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지역별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병원이 문을 닫고 어려웠을 때 이사회도 해체되고 하는 아픔이 있었거든요. 다시 이사회를 구성할 때 저는 부천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을 하고 봉사활동을 조금씩 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사실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도 자기 것 다 내놓고 헌신하는데 내가 뭐 그렇게 가진 게 많다고 고민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 의원에서의 진료 외에,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또 어떤 사업들을 펼치고 계신가요?

“가장 큰 부분은 노인 돌봄일 거예요. 저희가 2018년부터 ‘건강 리더’ 사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조 박사님도 순천향대병원 의사였을 때였죠. 그때 박사님이 병원 근무 시간 외에 어르신들 집을 다니면서 방문 진료를 하셨어요. ‘건강 리더’라는 건 지역 사회의 주부나 일반인분들을 교육을 시켜서 그분들이 어르신 집에 나가서 건강도 확인하고 운동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경기복지재단에서 사업비 지원을 받은 사업인데, 100명의 어르신들을 돌보고, 건강이 얼마나 좋아지나 살펴보는 게 골자입니다. 단순히 반찬만 전해드리고 하는 게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운동법이나 식사 균형 등을 챙겼어요. 지역의 영양사들이 함께해 주셨고요.

또 의사들의 건강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 양의사뿐 아니라 지역의 한의사 회장님부터 치과의사, 약사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고 계십니다.”


- 그러한 건강 사업을 펼치시려면 예산도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런 의료 전문가들을 모실려면 원래는 많은 예산이 들겠죠. 그런데 건강 강좌에 참여해주시는 선생님들이 모두 재능기부를 해주세요. 다른 데 가면 1급 강사료를 받을 만한 분들인데도 저희에게 오셔서는 그냥 봉사하시는 거죠. 그 덕분에 저희가 지역에서 이렇게 좋은 강좌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고요.그러니까 저희 5만 원을 내고 저희 조합원이 되면 그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이게 우리가 숫자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을 굉장히 유익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봉사를 통해 지역의 건강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참 뜻깊은 것 같습니다. 봉사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어르신들을 돌보러 나가는 건강 리더들도 대부분 50대~60대 분들이세요. 이분들이 교육을 받으면 가장 먼저 좋은 건, 자신에게 좋아요. 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은 거니까요. 일상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교육이고, 건강 운동법이라든가 마음가짐을 교육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익하죠.저희가 노인 일자리 사업도 하고 있어서 지난해 60명, 올해는 100명 채용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거예요. 일주일에 하루에 3시간씩 5일 동안 하는데, 그분들이 자기가 돌보는 어르신 집에 갈 때 집에 있는 것도 가져다 드리고 그러세요. 급여보다도 더 많이 사서 드리기도 하고요. 누군가를 돌보는 만족도가 그만큼 높은 거죠.”


-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시는 조합을 이끌고 계신 이사장으로서, 조합의 미래에 대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제가 처음 이사장을 맡았을 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어요.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같이 돕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저희가 굉장히 잘 운영되고 있어요. 지역사회에서 기초도 잘 다져졌고요. 저희 조합이, 그리고 지역이 잘 협동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그렇다고 생각해요.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내가 능력이 많고 돈이 많고 어떤 명예를 얻어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가 인생을 계획한다고 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내가 열심히 하고 있으면 누군가 내게 와서 뭔가를 도와줘요. 그런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저는 제가 60살이 넘어서부터는 ‘저축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살아요. 저축할 돈도 별로 없지만 저축하는 것보다 나누는 게 훨씬 기분이 좋다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그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아직은 힘이 약하고 어렵지만 앞으로 더 잘되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jtk33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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